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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펼치는 중…

2부 · 강의 없는 학습 환경

4장

왜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는가

미리 읽기 원고지금 보시는 원고는 집필 중인 초안입니다. 출간되는 책과는 문장과 구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낯선 교실에 처음 들어서던 날을 떠올려 보자.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잠깐 두리번거리고, 뒷자리에서 터지는 웃음소리가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다 손을 슬그머니 내리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며칠이 지나면 옆자리와 몇 마디를 나누고, 몇 주가 지나면 같이 밥을 먹는다. 며칠과 몇 주가 한 학기의 분위기를 꽤 많이 결정한다.

조직에 새 사람이 들어올 때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조직은 새로 온 사람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 장비를 주고 회사를 소개하며 하루로 끝내기도 하고, 몇 주에 걸쳐 여러 부서의 일을 익히게 하기도 하고, 길게는 3개월 넘게 ‘신입사원 연수’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온보딩’이라고 부른다. 배에 태운다는 뜻의 ‘on board’에서 온 말로, 새로 온 사람을 배에 태워 함께 항해한다는 뜻이다. 배에 타는 것만으로 항해가 시작되지는 않는다. 노를 언제 저어야 하는지, 저 밧줄을 당겨도 되는지, 물어볼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배가 움직인다.

새로 온 사람이 조직에서 초반에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다. 조직사회화를 연구해 온 탈야 바우어와 동료들은 이 세 가지를 분명히 느끼는 사람일수록 일에 대한 만족과 성과가 높고 떠날 생각은 적었다고 보고했다(Bauer et al., 2007).

역할 명확성자기효능감사회적 수용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이곳에 받아들여졌는가?

이 중에 특히 어려운 것은 마지막 항목, 막혔을 때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라는 말을 들어도 새 환경에 온 사람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는지, 다들 바빠 보이는데 지금 말을 걸어도 괜찮은지, 이걸 모르냐는 반응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한번 물어보고 어떤 반응이 돌아오는지 겪어 봐야 안다. 반응이 시원찮으면 다음부터는 묻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티 내지 않고 넘기는 쪽이 흔히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르는 것을 묻거나 실수를 드러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조직도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 이 믿음을 심리적 안전감이라 부른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에이미 에드먼드슨이 1999년 학술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정의한 개념으로, 팀 안에서 대인관계의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는 공유된 믿음을 가리킨다(Edmondson, 1999). 질문하거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처럼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 수 있는 행동을 해도 동료에게 비난받거나 무시당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상태다. 이런 믿음은 “여기서는 위험을 감수해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위험을 감수했을 때 동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겪으며 서서히 쌓인다.

우테코도 같은 이유로 첫 몇 주를 눈여겨봤다. 10개월 남짓한 과정에서 크루는 스스로 배우고 서로 가르쳐야 한다. 묻고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초반에 자연스러워지지 않으면 남은 기간 내내 어렵다.

이 장에서는 첫 주 온보딩에서 시작해 초반 몇 달 동안, 우테코가 크루들이 모르는 것을 묻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살펴본다. 기록이 가장 많이 남은 온보딩 연극과 안전을 살피는 크루 역할을 중심으로 보고, 초반 스터디와 워크숍도 필요한 만큼 짚는다. 먼저 첫 주의 온보딩 연극과 그 뒤에 남은 질문을 살핀 뒤, 스스로 배우는 데 왜 질문과 도움 요청이 필요한지, 그런 행동이 쉬워질 조건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은 아직 모르는지를 차례로 다룬다.

온보딩 첫 주에 연극을 한 이유

우테코의 시작도 새 학기의 교실과 비슷하다. 앞으로 10개월을 같이 보낼 낯선 사람 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앞으로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함께하며 미션도 수행하고, 밥도 먹고, 회고도 한다. 그러니 첫 주에 어떤 사이가 되느냐가 몇 달을 좌우한다.

어색한 채로 몇 주가 흘러가면 어떻게 될까. 모르는 것을 묻는 일부터 늦어진다. 묻지 못하면 막힌 문제를 혼자 붙들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배우는 속도도 떨어진다. 코치들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크루들이 빨리 친해질 수 있을까.

코치들이 고민을 나누던 중 한 코치가 “연극을 시켜 보면 어떨까요.” 하는 의견을 꺼냈다. “연극이요? 괜찮을까요?” 물론 운영하는 코치야 재밌겠지만 참여하는 크루 입장에서는 당황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만큼 금방 친해지지 않을까. 한번 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후 지금까지 우테코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연극을 어떻게 준비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왜 연극이었을까. 입학 직후에는 “내가 이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 있을까”와 “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까”가 함께 떠오를 수 있다. 연극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지낼지 모르는 불안을 먼저 다룬다. 코드 실력으로 평가받기 전에 낯선 사람들과 어색한 몸짓을 맞추고, 대사를 함께 맞춰 보고, 역할을 나눠 맡아 보게 한다. 개발과 직접 관련이 적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는 공통 기준이 약해서, 실력으로 서열이 생기기도 어렵다.

크루는 입학 첫 주에 네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4~5분짜리 연극을 준비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강당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일었다.

각 팀에는 모두가 무대에 골고루 나올 것, 기억에 남을 유행어를 만들어 쓸 것, 다른 조와 다른 점을 하나 이상 둘 것 세 가지를 조건으로 걸었다. 발표에 익숙한 한 사람이 무대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서로의 팀을 떠올릴 단서를 남기고, 짧은 시간 안에 “우리 팀은 어떤 팀인가”를 말하게 하려는 조건이다. 셋 다 개인의 성과보다 팀 경험 쪽에 무게를 뒀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 앞에 서는 부담을 줄이려고 리허설은 두 조씩 함께 작은 자리에서 먼저 했다. 피드백도 지적보다 칭찬과 응원 중심으로 오가게 했다.

무대에 오른 작품들에는 크루들이 상상한 개발자의 일과 고민이 담겼다. 아직 현업 경험은 없었지만, 많은 팀이 개발자 문화와 직장 생활을 소재로 골랐다. 퇴근 직전 오류를 마주한 사람의 머릿속을 그린 「인사이드 에러」, 원인 불명의 서버 장애를 오컬트 퇴마극으로 푼 「귀(鬼)버깅」, 데모데이 전날 치명적인 커밋으로 서버가 터진 사건을 관객 참여형 마피아 게임으로 만든 「메인 브랜치 살인 사건」이 무대에 올랐다. 페어 프로그래밍의 갈등을 격투기 시합으로 표현한 「UFC 개발자: 페어 프로그래밍편」, 인공지능의 폭주로 개발자가 멸종 위기종이 된다는 「2026년 판교」처럼 협업의 고충과 인공지능 시대의 불안을 다룬 팀도 있었다.

웃음을 노린 주제들이지만 소재는 가볍지 않다. 앞으로 개발자로 살아갈 때 마주할 불안을 미리 상상해 웃음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공연 당일 대사가 꼬이고 동선이 어긋나는 순간이 여러 번 나왔는데, 코치진은 뒤이은 반응을 눈여겨봤다. 실수가 나온 순간마다 웃음과 응원이 돌아왔고, 무대 위의 작은 사고는 함께 겪은 이야기로 남았다. 다만 결과물이 재미있었다고 해서 참여자 모두가 안전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연극이 서로를 평가하는 무대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정도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전부다. 연극은 전부터 이어 온 미션이다. 그전까지는 공연으로 끝났다. 이번에는 공연 뒤에 회고를 붙여 무대에서 겪은 실수와 반응을 다시 꺼내 보게 했다.

왜 회고를 붙였을까. 공연이 끝나면 그때 겪은 일과 느낀 것도 같이 흩어진다. 준비하는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끝내 못 꺼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경험과 못 꺼낸 말을 다시 꺼내 보라고 회고 시간을 마련했다. 공연에서 드러난 강점과 취약점은 회고에서 바로 다루고, 얼마 뒤 조별로 시작하는 소프트 스킬 스터디에서 각자 목표를 세우는 재료로도 쓰기로 했다. 무대를 마친 직후에는 안도감과 해방감이 남아 있어 평소보다 솔직하게 말하기 좋다. 연극을 준비하며 느낀 부담과 어색함, 실수할 뻔한 순간도 이미 이야기할 거리로 쌓여 있었다.

크루는 공연을 마친 날 바로 회고를 했다. 기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비추어 자기 강점과 불안했던 지점을 돌아보고, 10개월 동안 지켜 갈 것과 극복할 것으로 나눠 정리했다. 적기, 이야기하기, 공감하기, 정리하기 순으로 90분쯤 진행했다.

갑자기 약한 부분을 말해 보라고 하면 바로 입을 열기 어렵다. 그래서 말하기 전에 먼저 쓰게 하고, 취약점보다 빛났던 순간을 먼저 묻고, 규칙을 미리 알렸다. 적어 둔 문장을 읽는 데서 말을 시작할 수 있고, 잘한 일을 한 번 확인하고 나면 부족했던 점도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다.

회고 전에는 코치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먼저 듣기, 판단하지 않기, 공감하기, 여기서만. 먼저 듣기는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듣자는 뜻이다. 판단하지 않기는 “그게 뭐가 힘들어” 같은 반응을 피하자는 뜻이다. 공감하기는 “나도 그랬어” 같은 반응을 권한다. 크루들이 특히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은 ‘여기서만’이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밖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무심코 한 “그건 별거 아닌데”라는 말에 상대는 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규칙을 미리 알리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함께 알 수 있고, 누군가 선을 넘었을 때도 “우리 아까 정한 규칙으로 돌아가 보자”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적어 둔 회고의 취지는 이렇다. 빛났던 순간뿐 아니라 숨기고 싶었던 취약함까지 드러내고, 조원들이 취약함을 비난 없이 받아들이는 경험을 쌓는다. 그런 경험이 쌓여야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설계 의도다. 실제 경험은 사람마다 달랐을 수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데 익숙한지, 연기해 본 적이 있는지, 몸짓과 말을 얼마나 수월하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부담과 비교가 생길 수 있다. 무대의 웃음이 실수한 당사자에게도 안전하게 느껴졌는지는 코치의 관찰만으로 알 수 없다. 참여자에게 따로 물어야 한다.

연극에서 느낀 편안함이 코드 리뷰나 페어 프로그래밍처럼 실력이 드러나는 활동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테코는 이 간극을 연극 하나로 줄이려 하지 않았다. 회고에서 쓴 규칙과 표현을 뒤이은 소프트 스킬 스터디에서 다시 쓰도록 했다. 그러니 연극 하나로 질문과 실수를 드러내기 쉬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여 방식과 회고 규칙이 이후 학습 활동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다른 교육 현장에 연극을 그대로 옮길 필요는 없고, 가져갈 것은 소재보다 설계 원리다. 기술 실력에 따른 서열과 거리를 둔 공동 과제를 고르고, 많은 사람 앞에 서기 전에 작은 단위에서 먼저 연습하게 한다. 어떤 반응을 주고받을지 미리 정하고 활동 뒤에는 회고를 붙인다. 참여하지 않을 권리와 다른 방식도 마련한다. 공동 제작, 오류 찾기 게임, 익명 질문, 소규모 문제 해결처럼 같은 원리를 담은 활동은 얼마든지 있다.

취약함을 나누는 활동을 운영할 때 조심할 점도 있다. 공개를 강요하면 오히려 입을 닫게 할 수 있으니, 말하고 싶지 않으면 건너뛸 수 있어야 한다. 비밀 유지 범위와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도 미리 알려야 한다.

연극으로 첫 어색함은 빠르게 줄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하나 남는다. 빨리 친해진 것이 학습으로도 이어질까. 몇 달 뒤 팀 프로젝트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며 기술을 두고 부딪혀야 하는데, 연극에서 생긴 친밀함이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코치들이 이어서 붙든 것이 이 질문이었다.

친해져도 모른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 답을 찾기 전에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연극을 함께하고 첫 주를 보냈다고 해서 모든 조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코치들은 여러 기수의 회고와 활동에서 차이를 반복해서 봤다. 어떤 조에서는 크루들이 모르는 것을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코드를 지적하는 피드백을 곧바로 자신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함께 풀기보다 각자 버티는 데 힘을 썼다. 반대로 모른다고 편하게 말하는 조에서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질문이 오가면 막힌 지점이 드러나고, 서로 도울 여지도 생긴다.

같은 커리큘럼과 같은 미션을 거치는데도 왜 어떤 조에서는 질문과 도움 요청이 활발하고, 다른 조에서는 조용했을까. 우리는 그 차이를 개인 성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조에서 어떤 말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피드백을 어떻게 주는지,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 과제가 얼마나 버거운지가 함께 관련된다고 봤다. 그중에서도 질문과 실수, 이견을 드러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오는지에 주목했다. 문제는 반응이 대체로 우연에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우연히 잘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질문이 오가고 그렇지 않으면 조용해진다는 뜻이다.

온보딩 무렵 열린 ‘선배와의 대화’(수료한 크루 선배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서도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초기에는 주변과 비교하며 조급함을 느끼거나, 부족해 보일까 봐 질문이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망설이기도 한다.” 발언이 전체 크루를 대표하는 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코치들이 관찰해 온 문제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 문제는 서문에서 본 에드먼드슨의 개념과 이어진다. 에드먼드슨은 심리적 안전감이 질문과 도움 요청, 실수 인정 같은 팀 학습 행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이후 136개 독립 표본을 종합한 메타분석도 심리적 안전감이 정보 공유, 학습 행동, 과업 성과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 개념은 학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에드먼드슨의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이 알려지면서 실무에서도 널리 쓰였다.

개념을 커리큘럼으로 옮긴 것은 소프트 스킬 코치들이었다. 하드 스킬을 다루는 코치와 별도로 협업과 소통을 맡는 코치들이다. 코치들이 모여 에드먼드슨의 『두려움 없는 조직』을 함께 읽고 논의를 이어 갔다.

코치들은 직전 기수의 소프트 스킬 설문 결과부터 함께 들여다봤다. 회사 조직을 전제로 만든 이론을 학습자에게 그대로 쓸 수 있는지, 안전감이 형성됐다는 것을 어떤 행동으로 알 수 있는지 반복해서 논의했다. 답을 다 내리지 못한 채로 초반 교육 설계를 ‘심리적 안전감 온보딩’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결정과 함께 코치들은 안전감을 소속, 발언, 기여 세 단계로 나눠 교육 시기에 맞춰 배치했다. 세 단계를 어떤 이론에서 어떻게 줄여 왔는지는 뒤에서 다룬다. 기여를 요구하는 후반부는 크루에게만 맡길 수 없고 코치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이 구상을 실제 활동으로 옮긴 사례는 여럿이다. 다만 이 장에서 다루는 자료는 모두 초반 기록이다. 활동을 하나씩 살펴보기 전에, 스스로 배우는 과정에 왜 안전감이 필요한지부터 짚어 두자.

덜 만든 코드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우테코가 크루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스스로 질문하고 시도하는 학습자다. 커리큘럼은 정답을 먼저 알려 주지 않고, 크루가 막히고 찾아보고 물어보고 다시 시도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코치도 답을 바로 알려 주기보다 크루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직 엉성한 코드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우테코의 학습 방식이 작동하려면 질문하고 시도해도 괜찮다고 느껴야 한다. 모른다고 말하고, 완성되지 않은 코드를 내놓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자신의 불완전함이 드러난다. 이런 행동이 조롱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있을 때 학습자는 질문과 시도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조롱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없으면 크루는 다른 선택을 한다. 질문을 미루거나, 완성되지 않은 코드를 공개하지 않거나, 막힌 채로 혼자 버티는 시간을 늘린다. 겉으로는 각자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움으로 이어지는 질문과 피드백, 수정의 기회는 줄어든다. 질문하지 않으면 막힌 지점이 드러나지 않고, 코드를 보여 주지 않으면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과제의 난이도를 맞추고 선택권을 줬다고 자기주도 학습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질문과 실수에 동료와 교사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자기주도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원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실수를 인정할 때 느끼는 부담을 줄이는 조건이다.

같은 크루가 어떤 조에서는 활발히 묻고 다른 조에서는 말을 줄인다면, 차이를 개인 성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흔히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라면 환경을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알아서 질문하고 시도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향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행동은 개인 성향뿐 아니라 조에서 통하는 규칙과 질문 뒤에 돌아올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 안전감을 만들지 않은 채 자기주도만 요구하면 크루는 자기주도를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묻고 시도하기 어려운 곳에 놓였을 뿐인데도 말이다.

자기주도 학습에는 심리적 안전감 말고도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아래 그림처럼 목표 선택권, 적절한 난도, 시간과 자원, 피드백,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점검하는 힘, 기본 역량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중 심리적 안전감은 타인 앞에서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미완성 결과물을 내놓거나, 다른 의견을 말할 때 느끼는 부담과 특히 관련된다. 교육자는 자기주도를 개인의 의지만으로 평가하기 전에 이런 행동을 허용하는 환경인지 점검해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을 떠받치는 조건들'. 맨 위 '자기주도 학습' 아래로 왼쪽에 목표 선택권, 적절한 난도, 시간과 자원, 피드백, 메타인지, 기본 역량 여섯 칸이, 오른쪽에 따로 '심리적 안전감' 칸이 있다. 심리적 안전감 칸에는 '질문, 도움 요청, 미완성 공개, 이견 제기의 문턱을 낮추는 조건'이라고 적혀 있다
자기주도 학습에 필요한 조건들

그렇다면 질문과 이견 제기를 덜 부담스럽게 만드는 환경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좋은 분위기와 구별되는 안전감의 조건

“심리적 안전감이요? 좋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 아닌가요?”

심리적 안전감을 이야기하면 흔히 돌아오는 반응이다. 이 말은 배려심 있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모이면 편안한 분위기가 생기고, 그 안에서 안전감도 따라온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하지만 편안하다고 해서 질문과 이견까지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테코는 호의에 기대는 대신,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내도 되는 조건을 활동과 규칙으로 만들려고 했다.

우테코는 성격이 다른 두 자료를 나눠 적용했다. 에드먼드슨의 연구는 심리적 안전감의 정의와 팀 학습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탐구했다. 조직문화 컨설턴트 티머시 클라크는 『The 4 Stages of Psychological Safety』의 저자다. 클라크는 안전감을 점검할 네 범주를 제시했다. 에드먼드슨의 연구는 개념과 근거를 이해하는 데, 클라크의 틀은 커리큘럼 경험을 배열하는 데 썼다.

에이미 에드먼드슨: 대인관계의 위험 감수라는 정의

서문의 정의에서 ‘대인관계의 위험’이라는 말을 눈여겨보자. 이 위험은 질문하기, 실수를 인정하기, 도움을 요청하기, 반대 의견을 말하기처럼 자신의 무지나 불완전함이 드러날 수 있는 행동을 뜻한다. 따라서 심리적 안전감은 갈등이 없거나 모두가 편안한 상태, 무조건적인 동의와 같지 않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팀워크가 좋은 팀일수록 투약 오류가 적었을까. 에드먼드슨은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병원 의료팀을 살폈다. 결과는 반대였다. 팀의 질이 높다고 평가된 팀에서 보고된 오류가 오히려 더 많았다. 후속 관찰에서 다른 설명이 나왔다. 좋은 팀이 실수를 더 많이 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더 잘 드러냈을 가능성이었다. 안전한 팀은 오류를 숨기지 않고 보고해 고칠 기회를 만들었다. 안전하지 않은 팀에서는 오류가 드러나지 않은 채 넘어갔다. 보고된 오류 건수를 실제 발생 건수와 곧바로 같다고 봐서는 안 된다.

말하는 데에는 위험이 따른다. 사람은 자기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해서, 무지하거나 무능해 보일 것 같은 상황에서는 모르는 것을 묻지 않고 우려도 말하지 않고 실수를 감춘다. 개인에게 침묵은 당장 안전한 선택이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침묵만큼 조직은 배우지 못한다. 에드먼드슨은 이 손실을 침묵의 비용이라고 불렀다.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일이 위험해서 조용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높은 기준이나 책임과 대립하지 않는다. 기준만 높고 질문이나 실수 인정이 위험하면 구성원은 문제를 숨긴다. 반대로 안전감만 강조하고 기준과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학습과 성과가 약해진다. 아래 그림처럼 둘이 함께 높을 때 학습과 도전이 일어난다. 안전감만 높으면 편안 지대, 기준만 높으면 불안 지대다. 교육에서는 특히 그렇다. 우테코는 커리큘럼을 쉽게 만들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도전적인 과제를 유지하면서도 크루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질문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고 실패한 뒤 고칠 수 있는 조건을 같이 마련해야 한다.

'안전감과 기준의 조합'. 세로축은 심리적 안전감, 가로축은 성과 기준이고 각각 낮음에서 높음으로 간다. 안전감이 높고 기준이 낮으면 편안 지대, 둘 다 높으면 학습과 도전 지대, 둘 다 낮으면 무관심 지대, 기준만 높으면 불안 지대다
안전감과 기준의 조합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도 자주 인용된다. 구글은 자사 팀을 분석해 효과적인 팀에서 반복해서 나타난 다섯 가지 역학을 정리했다. 심리적 안전감, 신뢰성(맡은 일을 제때 해낼 것이라는 믿음), 구조와 명확성, 일의 의미, 일의 영향력이다. 그중 심리적 안전감을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제시했다(Google re:Work, 2015).

티머시 클라크: 네 가지 위험을 점검하는 실천 틀

에드먼드슨이 안전감의 의미와 필요성을 설명했다면, 티머시 클라크는 구성원이 어떤 위험을 느끼는지를 네 범주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소속 안전감이다. 이 무리에 받아들여졌고 배제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사람은 먼저 여기 있어도 된다고 느껴야 한다. 두 번째는 학습 안전감이다. 질문하고, 실수하고, 도움을 청해도 괜찮다고 믿는 상태다. 배우는 과정에서 서툰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 때 실제 학습이 일어난다. 세 번째는 기여 안전감이다. 자기 능력으로 무언가를 보태도 된다는 감각이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네 번째는 도전 안전감이다. 기존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해도 괜찮다는 확신이다.

네 범주가 이어지는 방식은 이해하기 쉽다. 이 무리에 받아들여졌다는 확신이 없으면 질문하기 어렵고, 질문이 위험하면 자기 몫을 맡아 기여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팀이 네 범주를 차례로 통과한다고 볼 수는 없다. 소속감이 충분하지 않아도 이견을 내는 사람이 있고, 같은 팀에서도 과제와 관계에 따라 느끼는 안전감이 달라진다. 우테코는 네 범주를 모든 팀이 같은 순서로 거치는 법칙으로 보지 않았다. 커리큘럼에 빠진 경험이 없는지 확인하는 기준으로 썼다.

우테코의 세 단계: 소속, 발언, 기여

클라크는 소속, 학습, 기여, 도전의 네 범주로 안전감을 확인하는 틀을 제시했다. 우테코는 이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평가받는 사람과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크루가 느끼는 압력은 같지 않다. 에드먼드슨과 클라크의 틀은 회사 조직을 배경으로 한다. 크루도 미션 통과, 동료와의 비교, 코치의 피드백 앞에서 평가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평가는 보상과 고용으로 이어진다. 우테코가 크루를 살피는 것은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머무는 시간도 다르다. 회사 조직은 비교적 오래 유지되지만 우테코의 조는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흩어진다. 안전감을 쌓을 시간이 그만큼 짧다.

코치들은 10개월이라는 과정 길이에 맞춰 이론을 줄여 쓰기로 했다. 한 번의 회의로 정하지는 않았다. 에드먼드슨과 클라크를 함께 읽고 클라크의 네 단계를 우테코에 옮기는 초안을 만든 뒤, 몇 주간 논의 끝에 소속, 발언, 기여 세 영역으로 정리했다.

클라크가 학습 안전감이라 부른 단계에서 질문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험은 발언 영역에 넣었다. 네 번째인 도전은 따로 두지 않고 이견을 제기하는 행동과 함께 팀 프로젝트의 기여 경험에 넣었다. 우테코의 세 영역은 발달 단계에서 반드시 나오는 결론이 아니었다. 온보딩과 팀 빌딩, 초반 스터디, 이후의 팀 협업처럼 이미 있던 활동 묶음에 안전감 점검을 더하려는 운영상의 선택이었다.

코치들은 새 활동부터 만들지 않았다. 이미 하던 활동을 늘어놓고 빈 곳을 찾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전부터 해 온 것이고, 새로 넣은 활동은 연극 뒤 회고와 안전을 살피는 크루 교육 정도다. 온보딩 연극과 팀 빌딩으로는 소속감과 첫 발언의 부담을, 초반 스터디와 워크숍으로는 질문, 도움 요청, 피드백을 다뤘다. 이후의 팀 협업에서는 기여와 이견 제기를 살폈다. 활동과 안전감 영역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서로 겹칠 수 있다고 본 설계 가설이다.

클라크의 4단계우테코가 정리한 영역연결되는 시기와 활동
소속 안전감소속초반 온보딩 연극, 팀 빌딩
학습 안전감발언초반 스터디, 워크숍
기여 안전감기여이후 팀 협업
도전 안전감기여에 포함팀 프로젝트에서 이견 제기

네 단계를 세 영역으로 줄인 모형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다. 안전감을 쌓을 시간이 짧을수록 오히려 단계를 더 잘게 나눠 살펴야 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도전을 기여에 넣으면 권위나 기존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때 느끼는 고유한 위험이 흐려질 수 있다. 코치들에게는 확인할 질문도 남았다. 각 영역에서 안전감이 생겼다면 크루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 개인이 피드백을 대하는 태도나 협업할 때 느끼는 감정을 팀이 공유하는 심리적 안전감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안전감이 생겼는지를 어떤 행동으로 확인할지는 장 끝에서 다시 다룬다.

안전감을 구조로 다룬 두 가지 선택

우테코는 안전감을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 보지 않고 설계의 문제로 다뤘다. 그 관점은 두 가지 선택에서 드러난다.

첫 번째는 반복해서 만나는 소그룹을 안전감 설계의 출발 단위로 삼은 것이다. 우테코에는 크루들이 소프트 스킬을 함께 연습하는 소그룹 스터디가 있다. 예전에는 『유연함의 힘』을 함께 읽는다는 뜻에서 유연성 강화 스터디, 줄여서 ‘유강스’라고 불렀다. 지금은 ‘한 발짝 스터디’다. 조원이 각자 소프트 스킬 목표를 하나 정해 매주 한 발짝씩 나아갔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조마다 안전감을 살피는 크루 역할도 함께 뒀다. 이 역할은 다음 절에서 다룬다.

처음부터 기수 전체가 편하게 말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얼굴을 알고 매주 만나는 작은 조에서 질문하고 도움을 청하는 경험부터 만들고, 경험을 마을과 프로젝트 팀으로 넓히려 했다. ‘마을’은 여러 크루가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우테코의 운영 단위다. 그러나 작은 조에서 가까워졌다고 기관 전체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모든 상황을 다 편안하게 만들려 하지 않은 것이다. 기수 전체가 모인 곳에서 발표할 때는 어느 정도 긴장이 따른다. 반대로 조와 팀 안에서는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테코는 상황에 따라 긴장의 정도를 다르게 두려고 했다. 높은 기준과 도전은 유지하되, 준비 과정에서 질문하고 실패를 수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한 것이다.

교육이나 조직에 이 관점을 옮기려면 물어야 할 질문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은가’보다 ‘어떤 행동에서 대인 위험을 느끼는가’, ‘어느 단위에서 질문과 이견을 쉽게 만들 것인가’, ‘말한 사람에게 어떤 반응과 후속 조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감이 운이 아니라 설계의 대상이 된다. 다만 괴롭힘과 차별, 평가 불이익처럼 권력관계가 얽힌 문제는 소그룹 규칙만으로 다룰 수 없다. 비밀 상담과 신고, 조사, 보호 절차는 운영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크루가 실제로 겪게 하려고 우테코는 무엇을 했을까.

안전감을 살피는 크루의 역할: 지키미

온보딩 첫 주에 쌓은 안전감이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될까. 미션 마감이 다가오면 각자 자기 진도부터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커진다. 그러면 모르는 것을 묻거나 의견을 내는 대신 각자 조용히 해결하려는 쪽으로 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코치 몇 명이 100명 넘는 크루를 세세하게 다 챙기기는 무리다. 게다가 코치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꺼내기 어렵다.

그러면 조 분위기를 살피는 일은 누가 하면 좋을까. 매일 같은 조에서 미션을 하는 크루가 요즘 말수가 줄었다고 물어보면, 코치가 같은 말을 할 때보다 서로 편할 것 같았다. 묻는 크루는 코치 일을 대신한다는 생각이 덜 들고, 질문을 받는 크루도 누가 시켜서 확인하러 왔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 안에서 안전감을 살피는 크루를 따로 두기로 했다. 하고 싶은 크루가 직접 지원하게 했고, 그래서 조마다 인원이 달랐다. 심리적 안전감을 같이 지킨다는 의미로 ‘지키미’라고 이름 지었다.

지키미가 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원들과 함께 심리적 안전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고, 조에서 지킬 규칙을 정하는 것이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규칙이다.

한 조가 정한 규칙 '심리적 안전감을 유지하는 방법 7가지'. 1. 뒷담 말고 앞담까기. 2. 눈 말고 입으로 말한다. 3. 사람 말고 의견을 다룬다. 4. 돌려 말하지 않고 꼬아 듣지 않는다. 5. 말을 끊지 않는다. 6. 침묵을 압박하지 않는다. 7. 안전감을 깨뜨리는 반응을 경계한다(비꼼, 한숨, 무시하는 리액션). 아래에 '프론트엔드 6조'

규칙이 생긴 다음부터 지키미는 규칙이 잘 지켜지는지 살폈고, 누군가 말을 못 하고 있으면 먼저 물어봤다. 코치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지키미가 챙겼다.

지키미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지키는 역할만 맡기지 않고, 지키미만 듣는 과정도 따로 열어 뒀다. 비폭력 대화, 자기 인식, 피드백 워크숍, 리더십과 팔로워십, 옳은 실패 워크숍 같은 과정이었다. 여기서 익힌 대화법과 관점은 지키미 혼자 갖고 있지 않고, 각자 조로 돌아가 전파할 수 있게 했다.

원래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편이던 한 지키미는 의견을 낸 뒤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라는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상대가 위축되지 않고 반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키미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질문과 피드백이 편하고 자유롭게 오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 지키미는 이를 ‘모든 문제를 혼자 떠안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고 분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적었다.

지키미가 조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가 알려지면서, 옆에서 지켜본 크루가 다음 기회에 스스로 지키미로 지원하기도 했다.

초반 활동을 마치며 지키미 활동을 돌아본 설문에서는 79퍼센트가 팀 프로젝트에서도 지키미 역할이나 조원으로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결과만으로 지키미 제도의 효과를 말할 수는 없다. 지키미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크루라, 원래 안전감에 관심이 많거나 적극적인 사람이 모였을 수 있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 최종 책임도 여전히 코치와 교육기관에 있다.

참고할 것은 ‘지키미’라는 이름보다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어디에 경계를 둘지다. 구성원은 함께 정한 규칙을 떠올리게 하고 참여를 북돋을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을 가진 리더는 질문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공식 신고와 보호 절차를 마련하며, 역할을 맡은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의 효과는 정말 있었을까

그렇다면 연극 회고에서 지키미 활동까지, 지금까지의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연극 회고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취약함까지 꺼내 보인 크루들이 있었고, 한 크루는 “지난 한 발짝 스터디에서 목표했던 소프트 스킬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동료들과의 깊은 심리적 안전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적었다. 초반에는 어색해서 안전감이 잘 생기지 않았지만 매주 같은 활동을 하다 보니 몇 달 뒤에는 많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회고도 있었다. 초반 활동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같은 문항으로 물은 설문에서는 주도성, 자기효능감, 학습 동기가 모두 조금씩 올랐다.

다만 이것만으로 지키미나 심리적 안전감 설계의 효과를 말하기는 이르다. 코치의 관찰과 크루의 회고는 일부의 경험이고, 설문 지표는 자기주도와 관련된 값이지 안전감 자체를 잰 값이 아니다. 지키미는 지원제라 조마다 인원이 달랐고, 지키미가 없어도 처음부터 안전감이 높은 조가 있어서 지키미가 있는 조와 없는 조를 단순히 비교할 수도 없다. 그사이 여러 활동이 함께 진행됐고 시간이 지나며 과정에 적응한 영향도 섞여 있다.

그래서 지금 결과는 효과를 확인한 결론이 아니라 다음 검증을 이어 갈 근거다. 데이터가 조금 더 쌓여야 한다. 지키미와 심리적 안전감의 효과를 재는 일을 계속하고, 그 결과에 맞춰 활동을 고쳐 본 다음에야 조직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다. 높은 기준을 없애거나 모든 의견에 동의하자는 뜻도 아니다. 우테코는 크루가 도전적인 과제 앞에서 질문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도록 이를 강조한다.

교육이나 조직이 구성원에게 스스로 묻고 시도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앞서 던진 세 질문부터 확인해야 한다. 구성원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대인 위험을 느끼는가. 위험을 낮추려면 어느 단위부터 바꿔야 하는가. 말한 사람에게 어떤 반응이 돌아오는가. 우테코의 사례는 심리적 안전감이 자기주도의 출발점임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 세 질문에 답을 만들고, 답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다시 점검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

4장 미리 읽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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